이 영화의 원작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사실 이 책은 제게 약간의 아픔이 있는책입니다.
한 동안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 있을때 읽으려고 여러번 시도했던 책입니다.
아직도 집 책장에 먼지를 머금은 새책으로 자리하고 있지요
근에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몇번을 시도해도 그랬습니다.
같은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의 책은 한 문장 한문장이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읽히는 맛이 있는데, 이상하리 만치 이 오베책은 몇장을 넘어가지 못하고 인내심이 바닥났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오토라는 남자'가 영화로 나왔으 때도 볼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유튜브의 요약도 끌리지 않더군요.
무료한 토요일 오전. 운동도 마무리 했겠다, 미뤄왔던 차량 정비도 끝냈겠다, 무념의 오후를 보내기 위해 OTT를 넘다들고 있는데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라도 보다가 재미없어서 그만 두기라도 하면 뭔가 지는 느낌이 들것 같아서 몇 바퀴를 돌다가 결국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그리곤 이전 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인듯, 혹은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메세지를 구도하는듯, 아님 영화 장면마다 반영된 스스로의 모습을 아픈 마음으로 발견해 가는듯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몇번의 실패로 얻은 배경지식에다 영화 포스터가 알려주는 대략의 스토리라인 덕인지 어디선가 비슷한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해서 쉽게 영화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피츠버그와 쉐보레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또 헐리우드 영화인가라며 자칫 실망할 뻔했으나 사랑스러운 이웃들의 캐릭터에, 그 배우들의 연기 내공에 장애물은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톰 행크스의 연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요즘 말로 영화를 보면서 '나 톰 행크스 좋아했었네!'를 깨닫게 됩니다.
사실 톰 행크스의 연기를 싫어할 이유는 없지만 포레스트 검프 시절 워낙 떠들썩했던 인기와 대중성이 선입견으로 작용해 올 수 있었기에 딱히 이 배우를 좋아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깊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하는 복잡하면서도 쓸데없는 소신같은 것이랄까요.
톰행크스의 표정과 눈빛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자꾸만 장인어른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을 보면 노인으로서의 분장과 연기가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던 것이고 그의 장면 마다의 감정이 그대로 저의 감정으로 전달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가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오토라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텐데요.
원칙, 규칙이 지켜지기를 원하고 납득되지 않는 강요를 참을 수 없으며 여기 저기 싸우면서 들이 받는 모습.
주위에서 보면 뭘 그리 딱딱하게 구나, 피곤하게도 산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본인의 세계관에서는 너무 중요하고 그 자체가 자아인 사람.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에게 화가 나고, 선을 밟고 주차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며, 병원에서든 마트에서든 순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부르르하는 그런 사람.
이런 저의 모습이 오토와 오버랩 되면서 더욱 감정의 몰입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오토가 이웃 주민 마리솔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장면과 대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오토가 죽은 것을 건너편 마리솔네 가족이 발견하는 이유가 눈이 오면 당연히 쓸었어야할 문앞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발견하다니요.
그 장면 하나가 오토라는 사람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죽음이 막 슬프지 않고 한알의 밀알이 떨어져 이웃의 나무에 열매를 맺게하는 것임을 너무 잘 표현한 영화
글을 적은 지금도 구절 구절마다 장면들이 떠올라 울컥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오랜만에 본 명작 '오토라는 남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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