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은 낀 연휴에 두 번째로 '파묘'를 관람하고 다음날에는 '듄 2'를 관람했습니다.
'파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을 만큼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듄 2의 인기가 생각보다 별로인가 하는 느낌으로 영화관에 입장했습니다.
예전에 딸아이의 설득에 못 이겨 듄 1편을 영화관에서 보면서 연신 내려오는 눈꺼풀을 참아내느라 고생을 좀 했기에 약간의 걱정도 있었습니다.
사실 2주 전에 다시 한번 듄 1편을 보면서 일종의 복습을 했고, 그때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 보단 나름 재미가 있어서 이번 영화관 관람은 작게나마 기대도 있긴 했습니다.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 유튜버는 더더욱 아닌 평범한 한 시민으로서 관람하면서 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1. 인트로가 좋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이든 영화든 서론 부분이 길고 빌드업을 오래 하는 것은 싫어합니다.
지난번 듄 1편은 인트로 부분이 도통 몰입이 되지 않고 사전 배경 지식도 전혀 없는 상태이기에 초반에 거의 승부가 났습니다만, 이번 듄 2는 초반 전투씬이 좋았습니다. 비주얼도 좋았고 현실적이기도 해서 몰입감이 뛰어났습니다. 인트로 부분의 전투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2.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
듄이라는 작품이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주인공이 메시아적 존재로 추앙받아 가는 과정은 약간의 신비로움과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서 충분한 개연성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제법 깊이 종교 생활을 해 온 사람은 알겠지만, 경전의 구절이 실현되는 것을 보는 추종자들의 희열을 잘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역할은 현실 세계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듄 2를 '거의 종교 영화'라고 칭했을 만큼 이런 요소가 스토리 전반에 적극적으로 드러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인 배신과 그에 대한 복수의 과정을 상당히 그럴싸하게 전개해가고 있습니다.
후반부의 대규모 전투는 듄 1편의 후반부의 데자뷔이자 반전이자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아주 훌륭한 장면입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제 입에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은 '3편 언제 나오나?'였습니다.
3. 배우들의 연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볼만합니다.
앞서 언급한 하비에를 바르뎀뿐 아니라 레베카 페르구손, 조시 브롤린, 스텔란 스카스 가드와 같은 베테랑들의 연기야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 놀라운 것도 아니지만,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는 것이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젊은 스타들의 연기력이 항상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닌데 반해 이 두 사람은 세계적인 스타이며 젊은 배우들임에도 상당히 복잡하고 입체적인 역할을 너무 멋지게 해 냈습니다.
얼굴만 반반한 젊은이들이 아닙니다.
4. 그래서 듄 2는 명작인가
결론적으로 참으로 멋진 영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제는 듄 1편을 꼭 관람하고 보기를 추천합니다.
듄 1편을 뛰어넘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5. 파묘 vs. 듄 2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단지 개봉일이 겹쳤다는 이유로 최근 천만 관객 기세인 파묘와 비교하자면 파묘가 전반부 100점 + 후반부 70점 정도로 뒤로 갈수록 다소 아쉬움이 많았다면 듄 2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조화가 무척 좋았습니다.
다 보고 나면 하나의 큐브가 맞춰지는 느낌이랄까요?
권투 경기로 하자면 파묘 초반에 엄청나게 두드리다가 뒤에서 힘이 좀 빠져서 판정승 한 시합이라면, 듄 2는 시종일관 잽과 바디블로를 날리고 중간중간 큰 카운터도 날리는 아주 짜임새 있는 경기로 결국 KO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6. 주의 사항
물을 많이 마시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상영시간이 세 시간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마실 물도 지참하셔야 하고, 팝콘이든 뭐든 주전부리도 챙기세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묘'는 제2의 '곡성'인가? (2) | 2024.03.01 |
---|